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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템퍼링하기

by [윤사장] 2022. 12. 1.

초콜릿의 특성과 템퍼링을 해야 하는 이유

 초콜릿은 카카오 버터, 카카오 매스, 설탕, 분유 등이 섞인 상태로 존재하며 실온에서는 단단한 상태의 카카오 버터가 이 구성 성분들을 가두고 있는 것이다. 커버추어는 이미 템퍼링 된 상태의 초콜릿이며 카카오 버터의 결정 구조가 안정된 상태로 존재하지만, 다른 초콜릿 제품이나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이 커버추어를 녹이는 과정에서 카카오 버터의 분자 배열이 불안정한 상태로 변하게 된다. 그러면 잘 굳지도 않고 먹었을 때 식감도 좋지 않으며, 광택 없이 표면에 블룸이라 하는 희끗한 얼룩이 생긴다. 따라서 한번 녹은 커버추어 초콜릿은 다시 온도 조절 과정을 거쳐 안정된 결정 상태로 만들어주는 템퍼링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템퍼링의 원리

 카카오 버터의 지방은 다양한 결정형을 갖는다. 바로 γ(감마)형과 α(알파)형, β'(베타 대시)형, β(베타)형이 그것이다. 감마형은 16~18도에서, 알파형은 21~24도에서, 베타 대시형은 27~29도에서, 베타형은 34~36도에서 녹기 시작하는데 베타형으로 갈수록 안정성 있는 결정형이라 볼 수 있다. 카카오 버터는 베타형에서 광택이 있고 잘 굳으며, 실온에서 녹지 않고 입 안에서 좋은 식감으로 녹아내리는 성질을 갖게 되는데, 템퍼링은 초콜릿의 온도 조절을 통해 최종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결정형인 베타형만 남기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온도 조절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가장 먼저 카카오 버터의 모든 결정형이 녹을 수 있도록 초콜릿을 완전히 녹여준다. 비터 초콜릿은 45~50도에서, 밀크 초콜릿과 화이트 초콜릿은 40~45도에서 녹이면 된다. 두 번째로 녹인 초콜릿을 다시 냉각해 주는데, 비터 초콜릿은 26~27도까지, 밀크 초콜릿은 25~26도까지, 화이트 초콜릿은 24~25도까지 온도를 맞춰주면 된다. 세 번째로 다시 온도를 올리면 되는데 이 온도를 작업 온도라 하며 이 과정에서 베타형 결정체만 남게 된다. 비터 초콜릿의 작업 온도는 31~32도, 밀크 초콜릿은 30~31도, 화이트 초콜릿은 29~30도이다. 템퍼링이 잘 된 초콜릿은 주걱이나 스패츄라에 얇게 묻히고  5분쯤 지났을 때 블룸 현상 없이 손에 묻어나지 않을 정도로 윤기를 내며 굳게 된다.  

템퍼링 기법

 템퍼링은 크게 항온형 템퍼링과 승온형 템퍼링으로 나눌 수 있다. 항온형 템퍼링은 초콜릿을 녹인 후 온도를 30도로 유지하여 오랜 시간 저어주는 과정을 통해 베타형만 남기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온도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량 기계 작업이 가능한 공장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로 승온형 템퍼링은 녹인 초콜릿을 정해진 온도로 냉각 후 다시 작업온도로 올리는 방법을 모두 포함한다. 승온형 템퍼링에는 타블라주법, 수냉법, 접종법이 있는데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은 다음과 같다. 타블라주법은 대리석을 이용해 작업하는 방식이다. 볼에서 녹인 초콜릿을 절반 정도 대리석에 올려 잘 섞으며 초콜릿 별 냉각 온도까지 떨어트린다. 그리고 다시 볼에 담아 남은 초콜릿과 섞어 작업온도까지 올리면 된다. 장점은 많은 양을 한 번에 템퍼링 하기 좋으며 차가운 대리석에 직접 닿게 작업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온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 하지만 대리석에 올라간 초콜릿의 온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숙련된 작업자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또한 대리석 청소가 어려우며, 천연 대리석의 가격대가 비싸 장비를 갖추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수냉법은 볼에 초콜릿을 녹인 후 차가운 얼음물에 볼을 받쳐서 온도를 떨어트리고, 다시 중탕 물에 올려 작업 온도로 올리는 방법이다. 수냉법은 1kg 이하의 적은 양의 초콜릿을 템퍼링 하기 좋으며 대리석처럼 비싸고 부피가 큰 도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온도 파악이 쉬우므로 실패가 적은 템퍼링 방식이다. 하지만 물에 볼을 받쳐 온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초콜릿에 물이 들어가 덩어리가 질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며, 온도를 낮추고 다시 올리는데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또한 타블라주법에 비해 템퍼링 후 광택이 덜 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접종법은 프레이크법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녹인 초콜릿 일부에 템퍼링 된 상태의 초콜릿을 잘게 조각내 섞어주어 작업 온도로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온도 조절을 가장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템퍼링 방식이기 때문에 빠른 템퍼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다져 넣는 초콜릿의 양 조절을 잘해주지 않으면 작업 온도로 도달했는데 미처 녹지 못한 초콜릿 조각이 남아있다거나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또한 다진 초콜릿을 완전히 녹이기 위해서 오랜 주걱질이 필요하지만, 공기 주입을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소 숙련성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블룸 현상

 템퍼링이 잘 된 초콜릿은 매끈한 광택이 있어야 하는데, 광택 없이 표면에 희끗한 얼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블룸 현상이라 한다. 블룸 현상은 그 원인에 따라 펫 블룸과 슈거 블룸으로 나뉜다. 펫 블룸은 초콜릿을 템퍼링 할 때 온도 조절이 잘못되었을 경우, 혹은 템퍼링 된 초콜릿을 높은 온도에 보관하여 녹았다가 다시 굳어진 경우에 생기게 된다. 슈거 블룸은 초콜릿을 낮은 온도에 보관했다가 실온에 노출시켰을 때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초콜릿에 물방울이 맺히며 되며 생긴다. 따라서 초콜릿은 18~20도 사이의 온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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